휴학 없이 4년을 계속 달리는 것

입학한 뒤 쉬지 않고 계속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잠깐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전공 수업이 끝나면 시험과 과제가 이어지고 학년이 올라가면 실습까지 있어서 한 학기가 끝나도 제대로 쉬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 없이 휴학을 하면 주변 친구들보다 졸업이 늦어지는 것이 신경 쓰이고, 복학했을 때 새로운 학년과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것도 걱정됩니다.

지금 당장 학교생활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 휴학까지 하는 것이 맞나 싶다가도,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달리면 오히려 더 지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휴학을 해보신 분들은 그 시간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댓글2
  • 난하a
    해외간호사
    해외간호사지방 자대 없음(지자무)
    답변수 64채택률 28%임상실습 적응, 간호학과 진로 전문
    안녕하세요. 사우디아라비아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 중인 멘토 난하입니다.
    
    아마 휴학하지 말라는 답변이 많을 것 같아서, 흔하지 않은 ‘휴학한 간호사’의 입장에서 써볼게요.
    
    저는 대학생 때 1년을 휴학하고 6개월은 해외 어학연수를, 나머지 6개월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후회하지 않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당시 휴학한 이유는 솔직히 학교생활이 힘들기도 했고, ‘대학생이 아니면 내가 언제 아무 부담 없이 1년을 쉬어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 된 후의 1년 휴직은 생계, 경력 단절, 직장 복귀 문제까지 따라오지만 대학생의 휴학은 상대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 적으니까요.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영어가 갑자기 유창해지거나 토익을 만점받거나 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어요. 도전하는 정신, 해외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이후 해외 간호사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고, 지금은 해외에서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졸업이 1년 늦어진 것은 막상 취업하고 나니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에 나오면 누가 몇 살에 졸업했고 동기보다 몇 개월 늦게 취업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그 1년 동안 얻은 경험이 이후 진로에 훨씬 큰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휴학을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휴학 기간을 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시작하면 1년이 생각보다 쉽게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어요. ‘힘드니까 일단 쉬고 싶다’에서 끝내지 말고, 휴학 중 무엇을 할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자격증이나 대외활동으로 휴학 기간을 빽빽하게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복이 목적이라면 제대로 쉬는 것도 충분한 계획입니다. 다만 언제까지 쉬고, 생활비?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고, 복학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생활 리듬을 되찾을지 정도는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간호학과는 실습과 전공과목 순서가 빡빡해 복학 시점에 따라 졸업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으니, 전공과목은 최대한 듣고 휴학하세요. 학교에따라 교육과정이 변동되어 졸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특히 요즘 간호사 취업 상황도 이전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에 취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미 많이 지쳐 있고, 휴학 기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분명하다면 저는 1년 늦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나에게 의미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답변이 도움되었다면 채택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우당탕탕간호사
    미국 간호사
    미국 간호사서울 자대 없음(서자무)
    답변수 187채택률 19%국가고시 준비, 임상실습 적응 전문
    안녕하세요 멘토 우당탕탕간호사 입니다.
    
    간호학과 4년, 과제에 실습에 진짜 숨 막히는 스케줄 맞아요. 학기 중엔 시험에 치이고, 방학 땐 1000시간 실습 채워야 하니 저도 학교다닐때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먼저 임상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단지 쉬고 싶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휴학하는 건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목표 없는 휴식용 휴학은 처음 한두 달만 달콤하지, 금방 생활 패턴이 망가지기 십상이거든요. 당장 내일 학교 갈 일도 없고 과제도 없으니 무기력하게 시간만 흘려보내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은 다 치고 나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서, 제대로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오히려 멘탈만 더 갉아먹게 돼요.
    
    게다가 나중에 복학했을 때 친했던 동기들은 다 졸업해버리고, 혼자 붕 떠서 새로운 학년과 어색하게 실습 조를 짜고 낯선 분위기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절대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그래서 만약 휴학을 하실 거라면 나를 위한 확실한 목표를 하나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어학 점수를 확실하게 끝내놓겠다거나, 아니면 3교대를 버틸 수 있게 체력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 말이죠.
    
    이런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지금 너무 지쳐서 당장 쉬고 싶다가 이유라면, 힘들더라도 그냥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지금 옆에 있는 동기들이랑 같이 으쌰으쌰 달리며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덜 후회하는 길입니다.
    
    휴학이라는 아까운 카드를 쓰기 전에, 진짜 완벽한 재충전의 계획이 있는 건지 한 번쯤은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